아마 지금보다는 더 돈에 예민해지고 시간에 예민해 질 것이다.
영화 '인 타임'의 큰 줄거리는 '돈이 시간이라면'이다.
인 타임에서 돈은 시간이고 생명이며 장벽이고 통제 수단이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어마어마하게 긴 톨게이트 구간에서 주인공은 톨게이트를 통과할 것인지 되돌아갈 것인지를 순간이나마 고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톨게이트 구간을 통과하면 자신이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돈과 시간이 자신들에게는 생명이었으나 그곳에서는 하나의 유흥거리에 불과한 그 곳.
그 뒤로는 영화의 내용이 갑자기 산으로 가니 별 감흥이 없어 생략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러할 것이다.
돈이 있으면 목표하는 학교에 진학함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지만 돈이 없으면, 가난해서 학업을 포기하고 돈이 없어서 재수를 하고 알바한다고 휴학하고 그러다 공부를 못했으니 다시 학업을 포기하고.
병원에서도 돈이 없으면 쫓겨나고 부유한 자의 평균 수명이 가난한 자의 평균 수명보다 길고.
돈이 있으면 유죄도 무죄로 만들고 돈이 없으면 누명도 전과가 되어버리는 그런 세상.
우리 역시 인 타임처럼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면서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는 당장 오늘 하루만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고 어쩌다가 대출이나 신용 빚에 구멍이 생기면 그 한 번을 막지 못해서 인생의 절벽으로 가거나 실제 절벽으로 가게 되는 그런 삶.
인 타임은 후반부에 갑자기 내용이 산으로 가면서 권선징악으로 가는 것 같았는데 나는 체제의 붕괴를 원했었다.
한 쪽은 너무 부족하고 한 쪽은 너무 많이 남고, 그 중간이 없는 사회.
그 중간을 만들기 위해, 극과 극으로 몰려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영화 속에서 체제의 붕괴를 꿈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 비춰지길 바랐었다.
사람은 너무 가난하기만 해서도, 너무 부유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사람은 어떤 곳 어떤 대상으로의 톨게이트라도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사람이 목적이고 재화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 타임에서 하층민들이 경제 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이유는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종의 빚이다.
시간을 소비하고 시간을 거래하면서 음식이나 교통비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소비나 인생의 시계추로 볼 것이 아니라 빚이나 이자로 봐야 한다.
우리가 항상 허덕이는 이유 역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 외에 빚 또는 빚의 이자가 나날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구플 정리중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