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7일 토요일

친구의 죽음 하지만 이름을 모르는

군대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내일이면 전역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와 다른 몇 명이 요정처럼 작아져버렸고 그 것을 알게 된 몇 명이 그 작아진 친구들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찾기 시작했다.

나는 마땅히 숨길 곳이 없어 그 친구들을(메뚜기 또는 종이 인형같은 실제 요정 한 명 포함) 스테인리스 보온통에 넣어버렸다.
그런데 그 것이 문제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작아진 친구들을 내놓으라고 계속 재촉했고 나는 모른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보온통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나는 보온통에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보온통을 흔들어야만 했다.

최대한 조심히 흔들었지만 안에서는 죽겠다고 난리였다.
그들은 너무나 작았고, 내가 흔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 안에서의 충격이 16층에서 떨어지는 충격일 거라며 비웃었다.

그러다 보온통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안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를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난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익사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사람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뛰쳐 나가서 다른 곳으로 향했고 사람들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바로 보온통을 열고 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미 모두 죽은 뒤였고 부활한 요정이었나, 다른 요정이 내게 군대 막사로 돌아가보라고 했다. 자신이 숨겨놨다고

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심하게 울면서 막사로 뛰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눈 앞에 그들의 시체가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크기도 작아지고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인다 해도 아마 풀때기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찾아내고 싶었다.

요정에게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를 물었지만 요정은 급할 것 없다는 말만 하고서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지는 않았다.
다만 2층이라는 것만.

그렇게 나는 막사에 도착했지만 도착한 위치는 6층이었고 점점 내려가서 2층에 도착해서 병사들에게 특정 위치를 물었지만 모두 모른다며 나를 외면하고 가볍게 대했다.(당시 계급은 부사관)
난 그들의 그런 행동을 참으면서 그들의 시체만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여자분(나이 좀 있는)이 알려줘서 나는 시체가 복도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기 밑 나무상자(메모지를 보관하는 곳 같았다)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 전에 병사들의 누구를 찾는지, 어떤 친구를 찾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나는 대답하지 못하며 친구에게 미안해했다.
정말 슬펐고 유일한 친구였음에도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병사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전화기의 메모 박스를 열어 시체를 찾아야 했다.
이미 종이나 풀로 변화 말라버린 상태의 사람 모양으로 접혀진 그것들을 들어올리며 통곡하는 병신짓을 병사들은 기대했던 것이다.
나를 비웃고 싶어서.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다른 이들의 시체였지만 친구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없다고 말하고서 그 막사를 나왔다.

참, 그 여자가 내게 알려주기 전에 다른 병사가 나를 심하게 약올리는 말투로 한 마디해서 내가 "평소에는 조용한 거 알지, 하지만 지금은 조심해라. 죽고 싶지 않으면" 이라고 말하면서 쇠로 된 망치를 집어들었고 그 후에 여자가 알려줘서 메모 박스까지 갈 수 있었다.

나는 막사를 나오고서도 한참을 울었다.
유일한 친구를 잃은 슬픔에, 유일한 친구임에도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미안함에, 그 친구를 내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그리고 그 친구의 시체조차 못 찾았다는 허망함에.

하지만 딱 한 가지가 내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슬픈 클래식이 날 위해 흘러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와 내가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하면서 꿈에서 깼다.

그 클래식 음악은 내가 켜 놓은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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