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0일 목요일

"나" 는 언제부터 "나" 인가

인간의 피부 세포는 매 순간 죽으며 되살아난다.
그렇게 7년이 되면 더이상 그 전의 피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나" 는 항상 그자리에 가만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피부만으로도)

인간은 무엇으로 "나" 를 증명할 수 있을까.

피부는 매순간 바뀌어가고
얼굴 등의 외형이나 기억들은 사고 등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주민번호 등이 나를 완벽하게 증명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기억으로 인해서 나 자신이 증명되어 질까.
역시, 외형이 변한다면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몇 년만에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게 됐다.

그 전에도 블로그는 나만의 비밀 공간으로만 유지를 했었기 때문에 블로그를 "했었다" 고는 할 수 없다.
그저 블로그를 "이용했" 을 뿐이었다.

그 때는 타인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누군가의 이해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이사를 간다거나 컴퓨터를 바꾼다거나 하는 내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안전하게 일기를 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이고 그것이 나는 블로그라고 생각해서 이용했던 것 뿐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원하지 않아도 관계를 지속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도,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졌고 그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내 생각을 먼저 알려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그 자체도 그들의 의견이기에 나에게는 어떤 뜻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블로그에 첫 글을 적고자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인사말이었다.

저 이제 블로그 시작합니다 라는 상투적인 글.

그런데 그런 글을 적고자 했을 때 떠오른 생각이 이것이었다.
내가 처음이든 아니든 그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과 내가 처음이든 아니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과 내가 처음이든 아니든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 것 또한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 를 생각하며 "나는 이렇다" 라고 단정짓는 것은 내 과거의 잔상일 뿐이다.
"나는 이렇다" 가 아니라 "나는 이랬다" 일 뿐이다.
"나는 이렇다" 도 결국엔 과거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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