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마누라가 앞으로 한 번 입은 외출복은 꼭 벗어놓으라고 했었다.
일본에서의 원전 폭발로 인해 방사능 오염이 걱정되니 외출복을 한 번 이상은 입지 말고, 세탁하겠다는 거였다.
그 때도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타일렀었다.
오죽하면 시베리아산이 어쩌고 저쩌고, 남동풍이 어쩌구 어쩌고, 북서풍이 어쩌고 저쩌고, 배운지도 오래되서 가물가물한 지식을 총동원까지 했었다.
그러다 몇 일 후 뉴스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피난오는 내용이 방송됐었다.
일본에 있던 다른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넘어가기전 한국을 잠시 거친다는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속으로 내가 주절거렸던 것이 맞았구나 하며 속으로 안도했었다.
그리고 100분 토론에서 어느 학자(교수였나)가 방사능은 바이러스가 아니라서 증식하지 않는다며 인식이 잘못됐다고 하는 말과 뉴스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임시 피난처로 삼고 있다는 것과 황사가 몰려온다는 내용에 나는 내가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남편이라는 허울 때문에 경거망동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나는 집사람과 함께 뉴스를 보며 중국에서는 황사가 몰려오고 일본에서는 방사능이 넘어오니 이제 한국 망하는 거냐고 웃으며 농담을 던지니 집사람은 이내 내 말뜻을 알아듣고는 웃기 시작했다.
이번처럼 무지는 사람을 용감하게도 만들지만 공포에 떨게도 만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진실은 상식선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차분하고 넓게 보려고 노력한다면 쓸데없이 노심초사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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