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은 밤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귀엽고 활동적인 성격 탓에 웃음소리도 커서 밖에서 같이 돌아다니면 주위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집사람을 쳐다본다.
머리에 염색까지해서 더욱 눈에 뛰는 그녀는 그래서 낮이 아닌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활동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집사람과 함께 걷기를 하는데 집사람과 걷고 있으면 그녀의 익살스러움이 날 웃게 만들어주고 날 믿고 '밤에 걷고' 있는 그녀를 볼 때면 왠지 남자로써, 남편으로써 뿌듯함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집사람은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을 때면, 같이 술을 먹자고 하거나 밖에서 걷자고 한다.
처음에는 그것을 몰라 박자를 많이 놓치곤 했는데 요즘은 활동적이지 않은 나의 성격을 배려해서 집사람은 술자리나 걷기 같은 요구 횟수를 줄였고 나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횟수를 늘리며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는 함께 걸으며 많은 얘기를 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듣는 쪽이고 말은 집사람이 거의 다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커피숍이나 술자리 등 보다는 걷기가 부부 대화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커피숍 같은 경우는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니 대화가 끊기면 부담스러워져서는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쓸대없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정말이지 이런 대화는 시간 낭비다 싶은 경우를 종종 느끼게 된다.
술자리 같은 경우도 목적이 대화가 아닌 먹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술의 특성상 감정이 격해지는 부작용이 있어서 별로다 싶다.
걷기는 대화의 흐름이 끊어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즐겨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고 다시금 대화를 연결시킬 수 있을 뿐더러 주제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벼운 스킨쉽과 운동이 겸해지니 이보다 좋은 대화 수단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번같은 경우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를 걸은 것 같은데 전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집사람이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고 운동도 되면서 즐거운 기분은 유지할 수 있었다.(물론 집사람의 대화 스킬이 큰 몫을 했지만)
집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심심해하기 보다는 밖에서 걷는 시간을 늘려 부부의 애정도를 점점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하다.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집사람은 전원 생활을 꿈꾸고 있으니 나중에 노년이 되었을 때 저 그림처럼 집사람과 오붓하게 산책하는 것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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